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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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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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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자 제럴드 제리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200번의 거짓을 말한다고 한다. 20명의 몸에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하루에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 조사한 결과, 아주 사소하고, 의례적인 말까지 포함한다면 사람들은 하루에 약 200, 시간으로 따지면 약 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를 얻었다고 하니 그 횟수가 생각보다 많다.

 

위 연구가 정확한지는 알 수는 없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거짓말을 하게되는 상황이 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소송을 하면서도 마찬가지 이다. 그래서는 안되지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다보면 사실을 과장하기도 하고 우리 측에 불리한 사실은 축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이 아님에도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있는 사실을 부정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행위들은 선량한 누군가의 이익이나 권리를 해할 수 있는 비도덕적 행위이고, 나아가 소송사기 혹은 위증죄나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변호하고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의뢰인이 위와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경우에는 이를 거절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와 별개로 직업상의 비밀유지의무에 따라 의뢰인으로부터 이와 같은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함구하게 된다.

 

그럼 의뢰인이 변호사에게도 거짓말을 하여, 이를 믿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말에 기초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소송이 모두 끝난 후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되었다면 의뢰인의 도덕성에 실망하는 것과 별개로 이에 대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중간에 이러한 거짓말을 알게 되는 경우에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된다. 과연 중간에 진실을 밝히고 우리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감수해야 할지, 아니면 의뢰인의 뜻에 따라 이를 숨기고 그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지의 양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고, 의뢰인의 뜻에 따라 이를 숨기고 그대로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로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당연히 사건을 맡지 않았겠지만 중간에 알게 된 경우의 처신은 정말로 어려운 문제였고, 심사숙고 끝에 위와 같이 선택했다. 진실과 거짓, 의뢰인의 이익과 객관적 사실 사이의 그 어딘가. 변호사에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