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쌍불로 인한 항소취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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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4-10본문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3회 쌍불(쌍방 불출석)로 인한 항소취하라니.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학폭 사건의 피해자 측을 대리하게 된 권경애 변호사는 가해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사건의 항소심에서 3회 불출석 하였고 결국 원고의 항소는 취하되었으며, 1심에서 원고가 피고 1명(가해자의 부모)에 대해 승소한 판결은 2심에서 패소판결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처음 이 사건을 기사로 접했을 때 나는 놀란 마음에 주변 변호사들에게 해당 기사를 공유했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지?" 변호사가 사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꼭 제출해야하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거나 필요한 주장을 하지 아니하여 의뢰인이 다소 불리한 판결을 받는 경우라든지, 상소기한을 놓쳐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3번이나 재판에 출석을 하지 않아 항소 자체가 취하되는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 그만큼 잘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해자 등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인가? 현재로써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우선, 항소를 취하한 경우 그 즉시 1심의 항소기간 만료 시로 소급하여 원고 패소부분에 대한 제1심 판결이 확정되기 때문에 1심에서 원고가 패소한 피고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그리고 1심에서 승소하였다가 2심에서 패소판결로 변경된 피고 1명에 대해서는 2심판결 후 대법원에 상고할 기회가 있었으나 권변호사 측에서 2심 판결문을 송달받고도 2주 간 상고를 하지 않았기에 이 역시도 확정되었다. 확정된 기존 판결이 '형사상 처벌을 받을 다른 사람의 행위로 말미암아 자백을 하였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공격 또는 방어방법의 제출에 방해를 받은 때'에 해당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기는 한데, 권변호사에게 업무상배임죄를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뢰인과 변호사는 위임계약 관계이며, 수임인인 변호사는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민법 제681조). 이를 선관주의의무라고 하는데, 어떤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사람은 그 직업이나 지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반드시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변호사는 수임인으로써의 선관주의의무를 해태한 것이므로, 이로 인해 의뢰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실제로 피해자 측에서는 권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물론 권변호사가 항소심에서 성실히 출석하고 변론을 하였다고 하여도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소한 불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권변호사에 대한 징계혐의조사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법 등을 위반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처분의 수위를 감안하면 권변호사에게는 제명보다는 정직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제명이 아닌 정직처분이 나온다면 국민들은 그 징계수위를 납득할 수 있을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성실하게 사건을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