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이번엔 과연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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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3-04-05본문
국민참여재판에 관하여 소송일기를 쓴 적이 있다. 고민 끝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것이다. 이제까지 2번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바 있는데 모두 배제결정이 내려졌다. 그 이유는 피해자가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반드시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배심원 앞에 나아가서 증언하길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배제결정이 잘 내려지는 편이다.
이번 사건 역시 성폭력에 관한 사건이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게 되었다. 국민참여재판은 합의부 사건이 대상인 게 원칙이나, 합의부 사건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인정하면 합의부사건으로 처리하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면 공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1회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이라면 그 이후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강제추행 및 카메라이용촬영범죄에 관한 것이다. 의뢰인은 강제추행을 한 적도, 카메라로 촬영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피해자의 가슴 부위에서는 의뢰인의 DNA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놀라운 건 탑형태의 옷과 속옷을 만지다 가슴을 꺼냈다는 피해자 주장과 달리 옷과 속옷에서는 DNA가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나라면 이상하게 여길 것 같다.
더욱 이상한 것은 카메라이용촬영이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다가 플래쉬를 터트리고 사진을 여러번 찍었다고 했는데. 의뢰인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디지털포렌식을 해도 촬영된 사진은 없었고, 같은 날 찍은 다른 사진은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반면 그러한 사진은 업로드된 게 없었다. 내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국민참여재판을 한다면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의뢰인의 억울함을 해소할 가능성이 의미있게 크다면 내가 느끼는 부담이야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다투어왔고, 치열할 법정공방을 통해 많은 무죄를 받아 본 나름 베테랑 변호사이기에 국민참여재판이라는 낯선 절차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제외하면 설레고 기대되기도 한다. 배심원 전원의 합치된 의견으로 피고인은 무죄라는 내용이 선고되면 그날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찐하게 한잔하고 싶을 것 같다.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하는 과정과 후기를 유튜브에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국민참여재판을 이번에는 받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