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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몰래 이혼을 준비했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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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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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담 내용을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아니, 아내가 바람을 펴서 이혼하게 됐는데 내 재산까지 떼어줘야 한다구요?"

 

A씨는 상담시간 내내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아내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아이들까지 충격에 빠져있는데, 재산분할로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떼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납득이 될 리 없었다. 나는 현행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A씨를 위로했고 출혈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A씨에게 약속했다.

 

A씨와 그 배우자는 25년을 함께 해왔다. 자녀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독립하였고 집에 단 둘만 남게 된지는 2년 정도 되었는데,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여 집을 나가자 아내와 사실상 남남처럼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2명의 자녀들이 A씨와 아내를 간신히 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아내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부부가 25년 정도를 함께 살아온 경우, 재산분할 기여도는 50:50에 가까워진다. A씨는 사무실을 나가면서도 아내에게는 한 푼도 주지 못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분배하는 절차로서 부부공동재산을 형성· 유지·증식하는데 있어 누구의 기여가 더 컸느냐를 기준으로 재산분할 기여도를 산정한다. 누구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느냐, 즉 유책배우자가 누구인지는 재산분할과는 원칙적으로는 별개의 문제다. 물론 유책행위의 내용이 예를 들어 도박을 하다 큰돈을 손해 봤다든지, 경제활동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든지 이런 것들이었다고 하면 재산분할기여도를 산정함에 있어 반영은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A씨는 지난 1년 전부터 아내와의 이혼을 준비해왔다. 물론 그 당시에 아내는 바람을 피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A씨는 하루에 사소한 대화 한 번 하지 않는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내 몰래 보유하고 있었던 땅의 소유권을 남동생에게 이전하였고 약 3,0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친누나에게 이체하였다. 재산을 왜 아내에게 떼어줘야 하냐며 하소연했던 A씨는 아내에게 빼앗길지도 모르는 재산들을 미리 숨겨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판사님께 위 재산들이 이전된 경위들을 상세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남동생에게 이전된 땅과 누나에게 이체한 3,000만 원은 모두 현재 A씨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취급되어 재산분할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A씨의 금융거래정보 등이 공개되기 전에 이혼조정을 통해 (적당히 위자료는 양보하고) 소송을 마무리 짓는 편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미 1년 전부터 아내와의 이혼을 준비하며 자신의 재산을 빼돌린 남자와 불편한 관계를 참지 못하고 결국 외도를 저지른 여자. 물론 A씨의 행동을 부정행위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A씨와의 상담이 마냥 개운한 느낌은 아니었다. 혹시 A씨의 아내는 A씨가 자신과의 이혼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 문득 A씨의 아내가 바람을 피게 된 경위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