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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당사자가 변호사 자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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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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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변호사들은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사전에 잘 대처할 것 같고 그래서 절대 소송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실제로는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항상 그렇지는 않다.

 

물론 변호사들은 법을 잘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전문가들 보다는 법률 분쟁에 휩쌓이는 빈도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법률문제를 사전에 대비하기란 정말 쉽지 않고, 특히 주변에 믿었던 지인들 혹은 거래 상대방이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에는 변호사 역시 대처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들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자주 출입하여 판사, 검사, 수사관들과 안면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해당 기관을 출입하게 된다면 보통은 민망함과 창피함을 느끼는 것 같다.

 

필자 역시 과거 개인적인 민사소송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첫 기일에 스스로 당사자의 자격으로 재판에 출석했다가 판사와 법정의 법원 직원분들을 보기가 민망해 두 번째 기일부터는 동료 변호사에게 부탁해 사건을 마무리한 적도 있다. 당시 첫 기일부터 동료 변호사에게 부탁하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관점에서 변호사들을 가장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이혼소송이다. 변호사라도 피할 수 없는 소송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이혼소송일 것인데, 나는 주변에 이혼소송에 휘말린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수행하는 것은 본 일이 없다. 자신이 잘못이 전혀 없이 이혼소송에 휘말린 경우라도 예외 없이 다른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대응하곤 하더라.

 

특히 이혼소송의 경우에는 주변의 동료 변호사들에게 부탁하기도 민망하여 전혀 안면이 없는 제3의 변호사를 찾아가 정식으로 상담을 하고 선임계약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변호사의 배우자 중 이런 점을 이용하여 같은 집에 살고 있음에도 일부러 이혼 소장을 변호사의 직장인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로 보내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해당 로펌의 직원은 법원에서 변호사 앞으로 등기우편이 오니 별 생각 이를 받아 평소와 같이 업무처리를 위해 개봉했고, 결국 소장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결말이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가 된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 사건을 직접 담당하는 변호사 역시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내 의뢰인이 나 만큼 법률을 잘 아는 전문가이기에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전문가인 변호사든, 비전문가인 보통 사람이든 역시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참 부담스럽고 힘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