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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는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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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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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넷플릭스를 끊었다. ‘오징어게임’, ‘지옥’, ‘D.P’등 티비채널에서 볼 수 없는 신박한 소재의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컨텐츠도 가능하구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할 일도 많고, 티비에 너무 매몰되는 자신이 싫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해지한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가입을 하게 되었다. 바로 더 글로리 Part.2’ 때문이었다.

 

지독한 학교폭력에 시달린 문동은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그 가해자인 박연진 일당에게 복수를 한다는 스토리. 어떻게 보면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있지만, 김은숙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설정, 설득력 있는 연결, 찰진 대사에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곁들여지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되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학교에선 이런 심각한 폭력이 비일비재한가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든 게 유일한 아쉬움이랄까.

 

안타깝게도 더 글로리속 학교폭력은 작가의 순수한 창작물이 아니다. 현실은 그에 못지않게 냉혹하다. 극 중에서 머리를 말리는 이른바 고데기로 문동은의 허벅지, 팔로 고문하듯 하는 장면은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 학교설명회에 학교폭력의 법률문제강의 제안을 받고 충북변협의 공보이사로서 강의를 하던 날 지역에서는 중학생들이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천인공노할 학교폭력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학교폭력이라는 말이 없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지라고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실재하는 학교폭력을 교육현장에서 방관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학교폭력을 교육현장에서 방치할 수 없게 되자, 2005년경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이 제정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학교폭력의 처리방법이나 시민의식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학교폭력도 진화하였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정의 안에는 사이버따돌림이 포함된다. 사이버따돌림이란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일체의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일반적인 폭력사건보다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이유는 그 폭력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피해자의 심리를 짓밟는다는 점이다.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피해자들에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의 의지문제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의뢰인을 포함하여 같은 반 친구를 단톡방에 초대한 후 다른 친구들이 보는 와중에 의뢰인을 대놓고 모욕하고 명예훼손을 하였다. 건전한 친구들이 말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망신을 주었는데 그들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도 받지 않는다며 대범한 모습까지 보였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의뢰인을 위해 비록 가해자들이 형사미성년자이지만 형사고소를 하게 되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그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본인과 부모들이 체감해야 재발방지 및 본인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유용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경찰관의 태도가 이상했다. ‘사회상규를 운운하면서 열에 아홉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질 않나, 조사를 힘들어 하는 의뢰인에게 너가 고소를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어리광을 부리면 되겠냐고 하질 않나. 조사 막판에는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널 보고 공부못하게 생겼다고 하면 그것도 고소를 할 것이냐고 말을 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들이받아 버렸다. 경찰도 지나쳤다는 걸 깨닫고는 부적절한 자신의 질문을 사과했다. 더 글로리보다 참혹한 현실이 존재하는 이유가 설명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