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일기
DAIRY
고객후기

소송일기

디지털포렌식을 하면서 느낀 고민 -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하나

페이지 정보

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3-03-07

본문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스티브잡스가 세상에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2007년에 내놓은 지 15년 정도가 흘렀다. 스마트폰의 발명은 증기기관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켰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휴대폰은 이동하면서 통화를 가능케 하는 전화기일 뿐이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사진을 찍는 디지털카메라, 음악을 듣는 MP3, 영상을 보는 PMP, 길을 찾는 네비게이션 등을 모두 잡아먹고, 스마트폰으로 못하는게 거의 없는 세상을 열었다. 90년대만해도 은행업무를 핸드폰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상상속의 미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 이상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스마트폰이 나와서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무척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스마트폰에 메인 몸이 되었다. 가족끼리 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할 때에 서로 얼굴을 보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떠넣는 광경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가족들의 전화번호조차도 외우지 못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의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정보 거의 대부분이 담겨 있는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것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오늘은 스마트폰이 이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범죄수사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증거의 수집이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변호사로서 느끼는 고충에 대해서 고해성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A라는 의뢰인이 있다고 치자. A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활용하여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소위 몰카를 찍었다. 수개월간 범행을 반복해서 저지르다가 현장에서 체포가 되었고, 경찰은 A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다. 촬영을 목적으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하는 것 각각 범죄가 성립된다. 이 부분에는 문제가 없다. 만약 A10차례가 넘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자. 법원의 영장을 받아 디지털포렌식을 거친 수사관이 A를 조사하면서 현장에서 검거된 사건 외에 다른 여죄를 추궁한다고 하면 변호인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야 할까.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잡아떼라고 할까? 아니면 거짓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자백을 하라고 해야 할까? 전자를 택하는 것을 정당화할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의 입증책임은 경찰과 검사에게 있으며, 자기부인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서 비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후자를 택할 경우 복원된 증거와 같이 사실대로 진술한다면 자신의 모든 잘못을 시인하는 정직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증거가 복원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디지털포렌식의 단초를 제공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수사기관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할 때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필요한 범위를 넘어 복원한 후에 전체적으로 다 들여다보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만약 A가 미성년자라면 어떨까. 수사기관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여 이익을 보는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맞을까. 그 경험이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A의 인생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고민을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14년차 변호사가 되었음에도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건 아직 젊기 때문일까, 아직 미숙하기 때문일까. 변호사로서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더 능숙하게 되더라도 어떤 변호사로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옳음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자신이 아직까지는 없다. 계속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