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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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08-22본문
유변의 소송일기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단상
예전엔 강의 요청이 있으면 거의 거절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을 땐 한달에 2~3번씩 강의를 했었다. 생활법률 강의부터 진로 강의, 김영란법 강의 등등. 심지어 변호사들을 상대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강의를 하기도 하였고, 로스쿨에서 겸임교수란 직함으로 모의재판 강의를 하기도 했었다. 강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강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라는 변호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린다는 목적도 있었다. 요새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강의 요청이 와도 대부분 거절하고 있었는데, 고민 끝에 이 강의 요청은 수락하게 되었다. 바로 상공회의소 회원들을 상대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강의.
지역 내 기업이나 상공업자들을 회원으로 하여 교육과 지원등을 하는 단체인 상공회의소에서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회원들을 상대로 법률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한 것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사안들 특히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만들어진 법안이었기에 입법 당시에도 찬반의견이 팽팽히 대립되었고, 법안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법의 적용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을 필두로 한 각급 법원에서 해석을 통해 구체적 사례의 적용례가 적립될 때까지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법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사업주가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가 크고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 대표이사 등의 경우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우 ‘업무상 과실은 업무와 관련한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업무와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한 경우를 뜻한다’는 판례의 입장에 의할 때 공사나 개별작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처벌하기 어려웠다.
즉 중대재해가 발생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안전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현장소장이나 공장장 등 현장 책임자들 위주로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건설현장이나 작업현장에서 유해·위험요인 등이 개선되지 아니한 채 작업이 계속되어 중대재해가 발생되어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있는 사업주,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이를 반영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 법률에서 요구하는 많은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조치의무들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할지 모른다. 경제적 관점에서 단기간을 놓고 보면 이제까지 지출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들여야 하고, 안전보건을 위한 추가적인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견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감사팀, 인사팀과 같이 기업의 이윤 창출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부서들이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존재하듯이, 기업의 이윤 창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그것도 중대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에 관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것은 ‘사람’의 활동으로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응당 했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돈을 아껴야한다고 해서 먹는데 필요한 비용, 자는데 필요한 비용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듯이, 안전에 관한 조치는 기업의 상황을 고려한 경영자의 선의에 맡겨둘 성질의 것은 아니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당연한 조치를 위해 발생되는 비용을 두고 유·무익을 따지고 논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인간은 기업의 목적 달성을 위한 부품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