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책임감
페이지 정보
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06-29본문
변호사 (辯護士)와 변호인 (辯護人). 같은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연히 다른 말이다. 변호사는 의사, 약사, 미용사와 같은 직업의 명칭이라면 변호인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을 돕는 법률상의 지위를 말한다. 민사소송에선 당사자인 원고, 피고를 대신하여 소송상 주장입증을 할 수 있는 지위를 의미는 ‘소송대리인’이라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변호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민사재판에서 재판부에 자신을 소개할 때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안의 유달준 변호사 출석했습니다”라고 하는 반면, 형사재판에 출석하였을 때는 “피고인의 변호인 법무법인 유안의 유달준변호사 출석했습니다”라고 하게 된다 .
민사소송을 대신하는 소송대리인이든, 형사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인이든 누군가의 생명, 신체, 재산에 관한 중요한 결정인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사법 시험에서 무지막지한 공부양을 요구하였던 것은 그러한 책임감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자연스럽게 거르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힘든 시험과정을 어렵게 통과한 법조인들은 대부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지녔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 그렇지만 모든 법조인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인정하고 있다.
얼마 전에 어떤 분이 상담을 오셨다 . 어떤 변호사에게 민사소송을 의뢰한 상태 인데, 1심에서 패소를 하고 항소를 제기했다가 항소심 재판을 3번이나 나가지 않아 항소취하간주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방법이 없는지 상담을 하러 오신 것 이었다. 인터넷 대법원 홈페이지에 있는 ‘나의 사건 검색 결과에 사건번호, 의뢰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재판기일에서의 출석, 제출서류등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사건에서 그 변호사는 2번의 재판기일에 불출석 한 후 기일 지정신청을 하였으나 그에 따라 지정된 변론기일에도 출석을 하지 않았다.
항소취하간주의 상황이 염려되었던 재판장은 소송대리인인 그 변호사에게 석명 준비명령을 통해 소송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라는 소송지휘권 행사를 하였는데, 그 변호사는 무책임하게도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의뢰인은 항소가 취하간주되어 패소판결 확정이 되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여 그런 줄 알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재판기일을 통보받은 적도 없어서 언제가 재판이었는지 조차 몰랐다고 한다. 도울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돕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으나, 법률적으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분은 낙담한 채 사무실을 떠났다.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많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게 되면서 변호사가 꼼꼼 하지 않으면 실수를 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어 사무직원에게 일주일마다 사건의 진행 내역을 검색하여 보고하도록 하였다.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면서부 터는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의뢰인에게 재판기일을 통지하고, 의뢰인의 출석 없이 재판을 다녀온 뒤에는 재판에서 이루어진 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것은 의뢰인에 대한 책임감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법론이었다.
전화보다 편한 방식의 의사소통을 보장함으로써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의뢰인의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 시스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결코 법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법조인 수가 급격히 늘면서 예전보다 처우가 낮아지고,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다고는 하나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책임감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변호사를 준비 중인 후배나 변호사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에게 책임감과 관련하여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견디지 못한다면 결국 그 왕관은 의뢰인은 물론 자신의 명성까지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