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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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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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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마치고 운전을 하여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전화를 한통 받게 되었다. 지금 맡고 있는 음주사건 의뢰인분의 따님이셨는데, 용건은 다음과 같았다. 내일이 경찰조사를 받기로 한 날짜이고, 변호사님이 동석하시는 건 알겠는데 아버지가 조사를 받으실 때 어떤 식으로 받아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피해야 하는지 등등 조사 시 주의점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계신다는 항의성 내용이었다. 

 

선임 당시 미팅을 진행하며 상세히 설명드렸고, 분명히 어제까지도 의뢰인분과 직접 통화를 하여 앞으로 진행될 절차 및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드렸으며, 본인도 충분히 이해했다는 답변을 주셨던 터라 매우 당혹스러웠지만, 다시 사건 전체의 진행정도와 주의점에 대해 설명드리고 아버님과 다시 의사소통하겠다는 내용으로 통화를 마무리 했다.

 

이후 의뢰인분과 대화를 해 본 결과, 비교적 연로하신 의뢰인분께서는 나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그리고 전화통화를 할 때에 내 말을 구체적으로 듣고 이를 이해해서 조언에 따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 변호사님이니까 충분히 잘 처리해주시겠지 라는 마음이셨고,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알겠다고 대답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나는 뭔가 뭉클한 감정과 의뢰인분에 대한 죄송스러운 감정이 함께 드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형사재판을 앞둔 의뢰인은 이미 나이가 60이 넘으셨지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앞 뒤 가리지 않고 내 변호사인 나만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렇게 까지 나를 의지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뭉클한 감정이 들었고, 또한 이렇게 나에게 의지하는 내 의뢰인을 내가 한번 더 생각하고 챙겨서 어떤 점을 불편해 하시는지, 어떤 점을 이해못하고 계신지를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라는 점에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통화를 했던 따님도 사정을 들으시고는 저희 아버지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대답을 해주셨고, 앞으로는 사건을 진행하며 따님과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기로 하였음은 물론이다.

 

오늘 일을 계기로 의뢰인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의사소통하겠다는 기본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14년 차 베테랑 변호사라는 자부심과는 무관하게 일관된 초심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또한 의뢰인분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전문가인 나처럼 세련되지 않을 수 있으니, 돌다리도 두드리며 세심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기본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