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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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10-12본문
최근 법정드라마가 매우 많아졌는데, 얼마 전 큰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외에도 김혜수씨와 주지훈씨가 열연한 ‘하이에나’, 서현진이 주인공을 맡았던 ‘왜 오수재인가’ 역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었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법정드라마들도 많은데, SBS ‘천원짜리 변호사’는 단돈 1000원의 수임료를 받고 변호를 해주는 천지훈(남궁민)이라는 괴짜 변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목에서 물씬 풍겨나는 것처럼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들의 영웅으로서 변호사를 그리는 작품이다. KBS ‘법대로 사랑하라’ 는 로펌 변호사를 그만두고 마치 ‘사주카페’처럼 ‘로(Law) 카페’를 차려 차 한 잔 가격에 법률상담을 해주는 김유리(이세영)라는 변호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는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변호사라는 직종에 종사를 하고 있다보니 법정드라마가 과연 실제 법조계의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가 궁금해 종종 시청하곤 한다. 드라마 제작진이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서 실제의 재판 모습이나 법조계의 문화를 잘 고증했다고 감탄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고, 반대로 저건 너무 실제와 동떨어져 있는 픽션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다.
주변 법조인들의 반응 역시 비슷한 편이다. 법조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법조계를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법에 호소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드라마에 나오는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면들이 법조계에 대한 오해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허구로서의 드라마와 실제 법조계의 모습은 완전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실제로 아무리 현실 고증을 잘 한 드라마라고 해도 시청률을 위해 과정이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정 드라마에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를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고, 역으로 드라에서 등장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 실제 법조계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도 역시 지나친 의견인 것 같다.
우리가 조직폭력 범죄와 관련된 영화, 속칭 ‘조폭영화’를 볼 때 영화로서 픽션을 즐기는 것이지, 현실과의 관련성을 깊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극히 개인적으로는 지인들과 사적인 자리를 할 때 법정 드라마가 자주 소재거리로 오르내리고, 당연히 법조계에 있는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오는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나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심각해지지 않고 드라마를 즐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