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조사와 변호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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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10-05본문
오늘 횡령사건의 피해자인 법인을 대리하여 고소를 진행한 사건의 고소인 검찰조사가 있었고, 피해 법인의 대표이사님과 동석을 하여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조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의뢰인은 수사관이 피의자와 합의를 권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하여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인 경찰 및 검찰에서는 기소를 위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일 것이다. 이러한 조사 시에 고소인이나 피의자 혹은 참고인들은 변호사를 대동하여 조사를 받는 경우들이 있다.
함께 조사를 받고 나온 후에 의뢰인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고소인이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나에 대해 저렇게 추궁하듯이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수사관이 이상하다. 상대방이 수사관을 매수한 것 아니냐.’ 라는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경우, 그리고 피의자가 ‘고소인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로 나를 고소해서 나는 너무 억울한데 수사관은 왜 고소인 입장에서 나를 벌써 죄인 취급하느냐. 너무 편파적인 것 같다.’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수사기관에 주어진 기본적인 책무가 범죄자를 수사하여 처벌받게 만드는 것이긴 하지만, 고소가 접수되었을 때 해당 고소가 진실인지 혹은 허위사실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범죄자 처벌을 위해 무고하게 재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는 피해자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소인에 대해서도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정확한지 파악하기 위해 캐묻고, 특정 사실이 모호하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추궁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일부 고소인들은 내가 피해자인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 라는 감정을 가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다.
반대로 피의자를 수사함에 있어서도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변소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압박하며 캐묻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에도 일부 피의자들은 나를 벌써 범인으로 단정짓는다는 느낌을 받아 매우 불쾌해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이러한 억울함을 변호사인 나에게 토로할 때 난감한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수사기관의 태도가 지나치다면 당연히 내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강력히 반발하겠지만, 수사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소인이나 피의자에게 구체적인 내용들을 캐묻는 경우에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감정적으로 다독이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지만 의뢰인을 100% 만족시키는 수사를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