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참사를 목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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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10-05본문
사법시험 2차 시험을 치고 2007년에 운전면허를 획득했으니 벌써 운전면허를 딴지 만 15년째인데 운이 좋았는지 아직까지 교통사고를 낸 적도, 교통사고를 당한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면서 사고를 많이 보기도 했고, 사고가 일어날뻔한 상황도 적지 않게 겪었다. 변호사가 되어 많은 교통사고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 운전면허 취득과정에서 이론 및 실무교육이 대단히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보통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의율이 되는데, 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특례를 정한 것이다. 업무상 주의의무는 통상의 주의의무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실제 운전을 하는 운전자들이 보통 그러한 주의의무를 갖고 운전을 하는지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 유튜브와 방송에서 유명하신 모 변호사님 채널의 영상을 보면 정말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기본도 안된 운전자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해마다 통계로 나오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교통문화는 아직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 한참 부족한 편이다. 교통사고 사건을 볼 때마다 공리(公利)적 측면에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피해자가 많이 다쳤다고 할 때 입은 피해를 금전으로 배상받는다고 해도 교통사고 전의 건강 상태를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만약 피해자가 사망이라도 하게 되면 가해자는 형사처벌은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기둥뿌리를 뽑아서도 피해변제를 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연휴를 맞아 인천에 올라가 오랜만에 처가 식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날 아침 친하게 지내던 고향 선배님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있는 것을 보고 전화를 했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대학생인 아들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피해차량에 동승하던 사람이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경찰 조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예정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접견 후 조사에 입회하기로 하였다. 선배님의 아들은 무엇에 홀렸는지 좌회전 신호가 들어왔다고 여기고 좌회전 차선에서 정차한 친구의 차량을 피해 좌회전을 하다가 맞은 편에서 직진을 하던 차량의 운전석쪽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본인 스스로도 왜 좌회전 신호로 보았는지,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량을 보지 않았는지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사고 당시 운전자의 인식구조엔 문제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명백한 주의의무위반이 인정된다는 점이다. 상당한 속도로 달리던 피해 차량은 뒷부분 충격으로 20여미터를 데굴데굴 굴렀고, 조수석 뒤편에 타고 있던 여성은 차밖으로 튕겨져 나와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운전석에 있던 남편과 운전석 뒤편에 타고 있던 딸은 심하게 다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며 그 블랙박스 영상을 보는데 십년 넘게 변호사 일을 하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 때문에 힘이 들었다. 가해운전자의 변호인으로서 합의가 쉽지 않아서 중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 때문이 아니라 ‘마른하늘에 날벼락’ 격으로 아내와 엄마를 잃은 피해자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지 너무 걱정이 되어서였다. 9년 전에 누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들은 한동안 사무치는 그리움과 무기력함에서 오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극심한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강제 이별을 당한 유가족을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대체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은 유가족이 마음의 평안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나게 된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하루였다. 이런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평생 교통사고사건을 변호하지 못한다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무겁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 중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늘 반복될 것 같은 오늘 하루도 말이다. 감사해하며 노력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