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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부부도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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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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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에서는 결혼식을 올렸음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함깨 생활하는 부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이를 '사실혼'이라고 하는데, 혼인관계, 부부관계의 실질은 존재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의 부부로서 인정되지 않는 관계를 의미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청약 등 신혼집 마련(혹은 재테크)을 위해, 이혼할 경우를 대비해 일단 좀 살아보고 하자며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주된 이유다. 과거에는 두 번째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들이 많았다면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요즘은 첫 번째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 부모들은 이런 MZ세대 부부들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결혼했으면 혼인신고는 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단순히 '법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우리 법은 사실혼 부부와 법률상 부부에게 거의 동일한 법적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 즉 법률상 부부의 서로에 대한 동거의무, 부양의무, 정조의무 등은 사실혼 관계에서도 동일하다.

 

때문에 사실혼 부부 사이에서도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일상가사에 대해 부부 일방이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한 경우, 이로 인한 채무는 부부가 연대하여 책임을 져야한다. 게다가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방 배우자에 대하여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하다. 물론 사실혼 부부 중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 그 상대 배우자에게는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도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실혼 부부는 법률혼 부부와 비교했을 때 '부부'에게 돌아가는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가족 지원 정책의 근거는 건강가정기본법인데, 해당 법에서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사실혼'은 법에서 인정하는 가족의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가족 정책에서 항상 제외되어 왔던 것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의 결과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4.6%나 나왔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사회적 인식이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된 사회적 인식의 영향인지, 혼인 신고된 법률혼 관계의 부부만 난임치료시술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사실혼 관계 부부도 난임치료시술이 가능하며, 건강보험 적용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난 2019년부터 서울시는 사실혼 부부도 신혼부부 주거지원 정책에 포함하여 금융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동거가구에 대한 사회적 시선,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현재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정의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라고 한다.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를 인정하고 그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지원과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