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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사기를 막는 정책을 진즉에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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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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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티비를 보면 전세금 사기에 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 고금리로 인하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가격이 하락되었다고는 하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장에 많은 돈이 풀려서 부동산 값이 급등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도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액연봉자의 기준을 여전히 1억원 정도로 두는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국민은 30평대 아파트가 30억원이나 한다는 걸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부동산 값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인 전세(傳貰)’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은행 금리가 연 10%를 상회하기도 하던 호시절인 1980년대에는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해놓으면 적지 않은 금융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저금리가 고착화된 오늘날에는 전세금을 은행에 예치해두고 그 이자를 기대하여 전세를 놓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소위 갭투자라고 하여 비싼 부동산을 그에 못 미치는 자본금을 갖고 대출금과 전세금 등으로 충당하여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선순위 저당권이 없거나 그 금액이 전체 시가에 비하여 소액이어서 전세금이 현실적으로 보장되는 안전한 전세는 시장에서 찾기 어려워졌고, 안전한 전세의 품귀현상은 점점 가속화되었다.

 

전세권은 민법상 물권이지만, 민법에서 정한 형태의 전세권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현실에서 드물고 대부분은 임대차와 유사한 채권적 전세의 형태를 띤다. 그래서 그 자체로는 물권에 후순위로 밀리고, 다른 일반채권자에게 우선하는 효력도 가지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가정의 경제적 기반이 되는 전세금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일 때가 많아서 그 보호를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도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기꾼들은 제도의 보완에 따라 더욱 더 교활해진다.

 

예를 들어 우선변제권 확보를 위해 전입신고를 하고,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으면 그 다음날 0시에 우선변제적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오전에 전세계약을 하고, 세입자가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는다고 할 때 오후에 임대인이 근저당권 설정을 하면 전세금반환채권보다 근저당권자가 우선하는 효력이 있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전세금 사기 대책으로 전세사기 피해 지원,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권한 부여, 임대사업자 관리강화, 임대차 대항력 보강,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 신설을 내놓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관련해서는 전입신고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임대인이 매도나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는 것이 바로 임대차 대항력 보강이다.

집값하락으로 소위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고, 떼인 전세금이 지난 8월에만 1089억에 이른다는 뉴스가 나온다. 전세금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을텐데 왜 이제야 이런 대책을 내놓았는지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국민의 주요한 재산이 소라면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할 것이다. 미리 내다보고 문제발생상황을 대비할 지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