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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만큼 일하지 말고 받고 싶은 만큼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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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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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주말에 회사에 나왔다. 이번 주는 외부 재판도 있었고 다른 스케줄이 좀 많아서 평일에 일을 많이 못 했는데, 이렇게 일요일에 나와 일을 하는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주말 출근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업무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의뢰인의 연락을 받지 않고 오로지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과 편한 차림으로 여유롭게 시간을 사용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의뢰인의 연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시로 의뢰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는 평일 업무시간에는 서면을 작성하다가도 의뢰인의 연락이 오면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개업을 한 지금과는 달리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 로펌에 채용된 변호사) 시절, 나는 주말 출근을 밥 먹듯이 했다. 한 번 새어봤는데 어쏘로 있었던 3년 동안 주말에 하루라도 출근하지 않은 주(Week)10주가 채 안 되더라. 지금은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악착같은 놈이었다.

 

얼마 전, 로스쿨 후배들을 만났다. 올해 변호사 시험을 합격한 친구들인데, 인사차 내 사무실에 찾아온 것이었다. 시험 합격 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어느 로펌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전 아직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조언 하나만 해주세요." 내가 이런 질문을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변호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어 그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회사로부터 월급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아니면 내가 이 회사를 나가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 후배는 자기는 하는 일에 비해 돈을 너무 적게 받는 것 같다며, 받은 만큼 적당히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것밖에 못 받고 일하는데 왜 야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었는데,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요즘 위와 같은 대답을 하는 변호사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시기를 겪었으니까. 대부분의 어쏘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실제 받는 액수만 보면 많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시간당 페이로 계산해보면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

 

처음 내가 변호사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최대한 많이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배웠다. 내가 자주 보는 어느 유튜버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받는 만큼 일하지 않고 내가 받고 싶은 만큼 일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한 것은 아니다) 잘 나가는 변호사보다는 정말 실력이 뛰어난 변호사. 처음 본 사람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나를 변호사라고 소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면 제출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더라도 저녁에 남아 일을 마무리했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없는 날이면 내가 부족한 분야에 관한 사법연수원 교재를 펴고 공부를 했다. 그때는 변호사 일을 시작하는 단계였으니 많이 경험하고 많이 배우는 것이 남는 거라고 생각했다. 유달준, 안재영 변호사님이 지난 10년간 쌓아 온 변호사로서의 역량, 노하우를 최대한 많이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서면 작성, 변론 스타일이나 말투, 손짓까지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따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동기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개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가진 사건 수를 조절해야할 만큼 많은 의뢰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받는 만큼 일하지 않고 받고 싶은 만큼 열심히 일했던 신입변호사는 어느덧 법무법인의 대표가 되어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벌고 있다.

 

나는 여전히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내가 다시 변호사시험을 합격했을 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내 선택은 똑같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과거의 나에게 정말 감사하고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