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제사, 그리고 법적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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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09-13본문
최근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집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는 통계를 본 일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고 이로 인한 다툼이나 불화도 상당하다. 얼마 전 ‘제사가 점점 없어지는 이유’라는 제목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본적이 있는데 유머글이지만 일부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상 덕 본 사람들은 지금 다 해외여행 가 있고, 조상 덕이라고는 1도 본적 없는 사람들이 음식에 절하고 집에 와서 마누라랑 싸운다.’
좀 과장된 내용이기는 하겠지만 위 글을 보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실무를 하며 명절 이후에 가족들 간의 다툼이 많아지고, 법률 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아온 변호사의 입장으로서도 그렇고.
변호사로서 경험했던 사건 중 인상적인 사건이 있다. 대가족이었고 매년 명절에 3대가 모여 제사를 지내고 제사를 지낸 후 가족들끼리 윷놀이나 고스톱을 즐기며 화목하게 지내온 집이었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상속과 관련된 분쟁이 생기게 되었고, 그에 더해 제사 문제로 할아버지 슬하의 자녀들 부부 사이에도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이 펼쳐졌다.
매년 위와 같은 갈등이 심해졌고 급기야 한 형제가 상속에서 크게 소외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형제가 명절이 지난 이후 가족 간 고스톱을 친 상황을 문제 삼아 수사기관에 도박죄로 신고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현행법은 도박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으로 ‘일시오락의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어떤 경우가 일시오락인지는 판돈의 규모, 도박을 시작한 경위, 도박 참가자들의 관계 등등을 고려하여 판단된다. 당연히 위 사례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 일시오락이라고 판단하여 무혐의 처분을 하였지만, 위 가족들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명절에 모이고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현재 우리들을 있게 해준 선대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기고, 형제자매들끼리 우애있게 지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함일 것이다. 하지마 명절에 모이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새로운 분쟁을 야기하게 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구성원 중 일부라도 명절에 모이는 방식 혹은 제사를 지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그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