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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재판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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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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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타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많다. 담당하게 된 민사나 형사사건에서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의뢰인의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출장 상담을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타지역 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서울이 아닌 타지역 관할 사건을 수임하게 되어 외부 재판을 나가는 경우다.

 

수원이나 인천 등 서울에서 비교적 멀지 않은 곳의 재판이 있는 경우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대전이나 광주, 대구, 울산, 부산 등 서울에서 꽤 거리가 있는 지역의 재판을 다녀오게 되면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많거나 써야 할 서면들이 많이 쌓여있는 경우에는 지방 재판은 정말 피하고 싶다. 한 번 다녀오면 하루 반나절 이상을 사용해야 하기에 이런 경우 야근은 필수다.

 

그러나 만약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여유가 있는 때라면 나에게 있어 지방 재판은 합법적 일탈(?)이자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지방 재판을 갈 때는 꼭 기차를 이용하는 편인데, 빠르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창밖을 바라보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당일치기 여행이니만큼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맛집 탐방이다. 나는 지방 재판이 잡히면 우선 그 지역의 맛집을 검색한다.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메뉴일 수도 있겠고 평소 흔히 접할 수 있는 메뉴더라도 음식 자체가 맛있는 식당일 수도 있다. 사실 평일 점심 식사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기 보다는 오후에 일을 해야하니 적당히 배를 채우겠다는 생각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 재판을 가게 되면 '음식'에 집중한다. 여행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찾는건 인지상정이니까.

 

얼마 전 전주 재판이 있었을 때는 물갈비를 먹었고, 울산에 내려갔을 때는 언양불고기 맛집을 찾았다. 포항재판이 있었을 때는 재판을 마치고 영일만항으로 이동해서 물회에 소주 한 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동군에는 내가 항상 찾아가는 단골 백반집이 있는데, 사장님이 내 얼굴을 알 정도다. 오늘도 맥주를 시킬거냐고 먼저 물어보신다. 이 글을 보고 혼자서 정말 잘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방 재판을 나가게 되면 그 지역에 서 활동하는 아는 변호사가 한 명씩은 있다. 일을 핑계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 그것만큼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이 없다.

 

얼마 전 안재영 변호사님이 제주도 재판을 다녀오셨다. 안변호사님은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변론을 마치자마자 바로 서울로 올라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내가 제주도로 재판을 가게 된다면 그 전날이나 그 다음 날은 휴가를 쓸 생각이다. 제주도에 내려갔는데 당일 바로 올라오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을까. 사건을 핑계로 제주도 여행이라니,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다. 나도 하루 빨리 제주도 사건을 수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