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정정에 대한 대법원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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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11-28본문
최근에는 성소수자들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일을 흔히 볼 수 있고, 도심에서 이런 취지의 행진(퀴어퍼레이드)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별정정이 허용된 것은 2006년으로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며, 그 전에는 성전환 수술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성으로 거듭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6년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 이후로 성별정정이 인정되고 있는 것인데, 당시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성전환수술을 통한 성별정정을 인정하되, 예외적으로 미성년의 자녀가 있는 경우 혹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나의 과거 의뢰인 중에서도 성전환수술을 하고 공식적으로 성별을 정정하고 싶어하던 의뢰인이 있었는데 당시 배우자와 미성년의 자녀가 있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경우를 보았다. 이분은 자녀인 딸이 성인이 된 후,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성전환수술을 통해 호적상 성별을 정정하였는데,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긴 시간 동안 굉장히 큰 심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아버지의 성전환 사실을 알게 된 딸은 매우 혼란스러워 했지만 다행하게도 결국에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이를 이해해 주었고, 지금은 아주 사이 좋은 모녀(?)가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A씨가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신청을 한 후 거부당하자 소송을 시작했다는 기사를 접했고 관심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는데,일단 1, 2심에서는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4일 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고,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다만, A씨는 이혼을 한 상태에서 정정 신청을 한 것이므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도 성별 정정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아직 허가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이유에서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받아들인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신분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는 성별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사회적·법률적으로 친자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라고 판시했고, 개인적으로 이에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다.
특히, ‘실제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표현이 와 닿았고, 우리 사회에서 내가 심정적으로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북하다는 이유로 타인의 실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에 간섭하고자 발생하는 분쟁들이 조금은 줄었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