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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동산강제집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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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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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체동산강제집행절차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A(의뢰인)는 지인인 B에게 5,000만 원을 대여하였으나 B는 약속한 변제기일이 지나도록 이를 변제하지 않았고 결국 A가 제기한 대여금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B는 A에게 판결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A는 다시 법원에 유체동산강제집행신청을 하게 된 것이었다.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이란 TV, 컴퓨터, 세탁기, 가구, 냉장고 등의 유체동산들을 경매에 붙여 경락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법원공무원이 채무자의 집에 들어와 가전, 가구 등에 빨간 딱지를 붙이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바로 그것이다.   

강제집행을 시행할 때는 법원에서 나온 집행관, 채권자 혹은 대리인, 증인 2명, 열쇠공 1명이 참여한다. 열쇠공이 참여하는 이유는 만일 채무자 주소지로 추정되는 곳에 아무도 없을 경우, 강제로 열고 들어가기 위함이다. 나는 강제집행 절차 및 압류 재산 목록 확인을 위한 증인으로 참석하였는데, 보통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강제집행 절차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 의뢰인은 날 보자마자 먼저 악수를 청하며 변호사님이 오실 줄 몰랐다며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B의 주민등록초본상 주소지에 도착했을 때 다행히 집 안에 사람이 있었다. 다만 그 집에 있던 사람은 채무자 B가 아닌 B의 배우자로 추정되는 C였다. 법원 집행관이 C에게 B와의 관계를 묻자 C는 B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둘러댔다. C는 B를 모른다고 하는데, 왜 B는 이 집에 전입신고가 되어있을까.. 이상했던 나는 거실 한구석에서 작은 액자를 하나 발견했고 그 사진 속에서 C와 손을 잡고 미소 짓고 있는 B를 발견했다. 나는 내가 발견한 사진을 집행관에게 이야기 했고 집행관이 C를 추궁하자 결국 C는 자신이 B의 아내라고 사실대로 실토했다.


집안으로 들어선 우리는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쇼파, TV, 침대, 냉장고, 컴퓨터 등등 그리고 집행관은 해당 물건들에 딱지를 붙였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 후 나는 증인으로서 작성된 압류 목록에 사인했다.

 

사실 위 압류 대상 물건들은 모두 중고제품이기 때문에 실제 감정가는 굉장히 작게 나올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유체동산들에 대해 경매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유체동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는 이유는 채무자를 압박하여 변제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법원의 집행관이 집에 들이닥쳐 물건에 딱지를 붙이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정신적인 충격,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위의 물건들은 없으면 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만약 집에 미성년 자녀라도 있는 경우에는 자녀들 정신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유체동산에 대한 강제집행 후 채무자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대신 변제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로 위 사건의 경우에도 그렇게 우리가 B의 집을 다녀간 후 일주일 뒤 B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B는 자신의 채무를 모두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A가 이야기하길 그 변제금은 B의 아내인 C 이름으로 들어왔다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나는 쭈욱 민사집행에 관한 공부를 해왔지만 그 내용은 법조문이나 판례에 한정되어 있었고 구체적인 실무는 잘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변호사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통 판결 선고 후에는 의뢰인에게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하는 절차에 대해 안내 해드리는데, 나는 내가 직접 실제로 보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의뢰인에게 설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유체동산 강제집행 절차에 증인으로 참석한 것이었는데, 참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달에는 자동차인도집행절차가 예정되어 있다. 이 절차에도 꼭 증인으로 참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