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사건 (2) : 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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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11-07본문
오늘 제주지방법원에서 강제추행 및 강간미수 형사 사건에 대한 1회 공판기일이 있었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가 좋았지만, 재판에 대한 생각 때문에 날씨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수사 기간만 2년이 넘었던 사건이었고,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은 그 기간동안 매우 불안한 상태로 생활을 해야했기에 불만이 큰 상태이다. 수사기관도 피의자의 기소 여부에 대해 크게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했고 그 여파로 수사기간이 길어졌던 것 같다.
의뢰인은 피해자와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서 합의하에 스킨쉽을 했다는 입장이고, 피해자는 술에 취해 블랙아웃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의 동의가 없는 일방적인 추행이라는 입장이다.
사건 전에 의뢰인이 피해자와 나눈 메시지 등을 통해 둘 사이에 이성적 호감이 있음을 알 수 있었기에 서로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스킨쉽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의뢰인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오늘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이 내려졌다. 피해자가 이를 원치 않고 성범죄 사건이기에 배심원단 앞에서 진행하기에는 피해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간 국민참여재판 신청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배제결정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입장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언코 이러한 법원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수많은 형사사건이 발생하지만 개인적으로 성범죄 사건만큼 일반적인 눈높이에서 사실관계를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큰 사건은 드물다.
최근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의 대부분에 명시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보이지 않는다 호감을 가진 남녀가 술자리 등에서 친분을 맺고 그 자리가 성관계로 이어지는 일이 보통이며, 이러한 성관계 가사 후 적으로 강압적이었는지 합의하에 이루어졌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범죄의 경우에는 법률 전문가인 판사의 판단에 비해 일반 국민들로 이뤄진 배심원단이 판단이 부족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배심원단의 판단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성범죄 재판에 있어 재판부는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성관계의 여러 가지 정황들을 판단함에 있어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곤 한다. 특히 젊은 남녀들이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는 경우에 '이러한 성관계는 매우 이례적이므로 그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남녀의 친분이 깊지 않은 사이에서도 즉흥적인 성관계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성관계를 도덕적인 측면에서 긍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변론으로 하고 서로 합의가 된 관계라면 이를 형사 처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성범죄 판단에 있어서 이런 부분이 매우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법이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이유가 이러한 지점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피해자의 수치심을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하는 결정이 많이 이루어지고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실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좀 더 폭넓게 허용하기를 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