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양육비 청구도 양육자의 정당한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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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0-25본문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A씨로부터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싶은데, 배우자가 요구하는 것이 많아 협의이혼은 어려울 것 같고 소송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간단히 사실관계를 파악한 나는 A씨를 사무실로 불러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2017년에 만나 연애를 시작한 A씨와 B씨는 얼마 안 가 아이가 생기게 되어 급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그 후 2018년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 출산 후 B씨 몰래 부정행위를 저지르던 A씨는 이 사실을 B씨가 알게 되자 B씨와 한바탕 말싸움을 하고 집을 나왔다. A씨와 B씨가 결혼식을 올린 후 단 10개월 만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A씨는 B씨의 연락을 끊고 살았고 B씨에게 양육비 한 번 보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아이 얼굴을 본 것도 집을 나온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약 5년이 지나 A씨에게 연인이 생겼고 A씨는 그 연인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B씨와의 법적인 부부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5년 만에 B씨에게 연락을 했는데, B씨는 과거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이혼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구체적으로 1달에 50만 원씩 5년으로 계산한 3,000만 원을 요구했다. 그동안 한 번도 양육비를 요구한 적이 없었으면서 갑자기 과거 양육비를 달라니.. A씨 입장에서는 혹을 떼려다가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붙이게 된 꼴이었다.
우리 법원은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하여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B씨의 주장대로 B씨는 A씨에게 과거 양육비 청구가 가능하고 A씨는 B씨에게 과거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우리 법원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진 비양육자 입장에선 장래 지급해야 할 양육비와 같은 기준으로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한 번에 부담하게 하면 다소 곤란할 수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양육비를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비양육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에서 과거 양육비의 경우에는 장래의 양육비에 비해 좀 적게 책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법원에서 아이에 대한 장래 양육비를 50만 원으로 책정하는 경우, 과거 양육비에 대해서는 그 절반인 25만 원, 혹은 그 이하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A씨에게 현재 대법원의 주류적인 입장을 설명하며 만약 B씨가 A씨에게 소송을 통해 과거 양육비 청구를 하는 경우, A씨에게 과거 양육비의 지급의무는 존재하지만 그 금액은 약 1,000~1,500만 원 정도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드렸다.
갑자기 얼굴이 밝아진 A씨는 상담이 끝난 후 내 손을 붙잡더니 몇 번에 걸쳐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러고선 B씨와 양육비에 대한 협의를 해본 후 협의가 결렬되면 나에게 이혼소송을 맡기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신은 약 3,000만 원의 돈을 상대방에게 지급할 생각에 걱정이 컸는데, 내가 그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나는 A씨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5년간 홀로 아이를 양육해온 B씨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현재 주류적인 판례의 입장과는 별개로 나는 과거의 양육비에 대한 청구는 장래의 양육비 청구와 다를 바 없는 양육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법원에서는 홀로 힘들게 자녀를 양육해 온 양육자의 경제적 고충과 그로 인한 심적 고통을 너무 외면한 것은 아닐까. 법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나치게 가혹한'결과는 과연 누구의 몫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당사자가 특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실관계는 일부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