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더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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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0-17본문
지난 주말, 친한 대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되었고 함께 로스쿨 준비를 하며 친해졌는데, 지금은 검사로 임용되어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다. 대학시절, 변호사의 꿈을 꾸며 로스쿨 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5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1명은 로스쿨과 대기업을 동시에 합격한 뒤 대기업에 취직했고 나머지 4명은 모두 변호사 혹은 검사가 되어 지금도 연락을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에게는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다.
우리는 청첩장 모임 때문에 오늘 결혼식에 앞서 3주 전에 이미 한 번 모였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자리라 반가워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는데, 나를 제외하면 이미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곧 앞둔 상황이어서 결혼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그러던 중 결혼비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결혼과정에서 총 비용이 얼마나 들었고 자신과 배우자는 각 얼마를 부담했고.. 예식장은 어딜 고르고 신혼여행을 어디를 가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다투었는지.. 돌아가며 각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했다.
사실, 결혼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예식장 대관료부터 시작해서 식비, 답례품, 추가 꽃장식, DVD영상,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 예단, 신혼여행, 혼수, 그리고 함께 살 집까지.. 때문에 결혼과정에서 돈과 관련된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파혼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았다. 나는 약혼해제와 관련된 소송을 몇 번 해보았는데, 그 중에서는 돈 문제로 파혼을 결심한 예비부부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가 돈과 관련된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객들로부터 받은 축의금의 분배 문제를 놓고 싸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축의금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축의금 때문에 작년에는 한 개그맨이 방송에 나와 장모님이 신부 측 축의금을 모두 가져갔다며 장모님께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해서 한동안 논쟁이 되기도 했다. 도대체 축의금이 뭐라고.. 그렇다면 축의금의 법적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우리 법원은 축의금을 '혼사가 있을 시 한 번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그들과 친분관계에 있는 손님들이 부모에게 성의의 표시로 건네는 상품'이라고 정의하며 축의금은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혼주인 부모의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신랑, 신부의 지인들이 신랑, 신부에게 직접 축의금을 건넸다거나 신랑, 신부의 지인이 그 신분관계에 기해서 건넨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해당 축의금은 신랑, 신부에게 귀속된다. 때문에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전부가 신랑 혹은 신부에게 이전될 경우, 그 금액이 과도한 경우라면 과세관청은 이를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위 판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축의금의 경우에는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에게 직접 건네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좌이체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신랑, 신부에게 직접 돈이 건너갈 경우 배우자 혹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문제될 일이 없으니까.
코로나19로 인하여 결혼을 미뤄오던 예비부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제한들이 풀리자 앞 다투어 예식장을 예약하는 바람에 현재는 지난 2년과는 달리 예식장 비용 등 결혼비용이 상당히 많이 올랐다고 한다. 게다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집을 마련하는데도 큰 돈이 드는 상황이라 돈과 관련된 문제는 결혼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돈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돈이라는 물질적인 가치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현재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부부라면 이 글을 보고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