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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을 더 이상 수임하지 않기로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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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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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은 남녀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법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결혼을 한 부부가 토끼같은 자식들을 낳고 알콩달콩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 너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비율의 부부가 이혼을 한다. 이혼을 하면 큰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아왔던 사회분위기도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혼한 연예인 부부가 다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다룬 티비프로그램, 이혼한 이른바 돌싱남녀들이 다시금 짝을 찾는 티비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많은 것을 보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이혼을 하기 위한 방법은 2가지이다.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서 결혼을 한 것처럼 이혼의사가 합치된다면 협의로 이혼을 할 수 있다.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던가, 이혼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위자료, 친권, 면접교섭, 재산분할)에 대하여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다. 재판상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6가지의 이혼사유에 해당이 되고, 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변호사에게 이혼소송을 어떤 의미일까. 이혼소송을 원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외면하기 쉬운 시장은 아니다. 특별한 법리에 따른 리스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승·패에 따른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2년이 넘게 걸리기 일쑤인 일반 민사사건에 비해 조정으로 해결되면 3~4개월 만에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가성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이혼소송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되었는가. 이는 이혼소송의 특성에 있다. 엄격한 사실인정, 법리에 따라 일도양단식의 결론이 내려지는 민사재판과 달리 이혼소송은 증거 없이 상호 비방·비난을 하거나, 심지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10, 20년을 같이 사는 동안 아내가 가정에 충실했는지, 남편이 가사·육아에 협조하지 않았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는 없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이러한 일방의 평가 또는 증거없는 일방적 주장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위자료 산정을 위해 귀책사유를 주장·입증해야 하는데 폭행이나 부정행위 등 명백한 이혼사유가 확실히 입증되는 경우가 아니라 부부로서 불만을 가질 정도의 잘못은 위자료로 인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그 개별적인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이 어느 정도 예정되어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이혼소송이 오래 걸리는 경우는 대부분 재산분할이 크게 다투어질 때인데, 상대방이 숨겨둔 재산 등을 찾겠다고 각종 금융기관에 조회를 하고, 그 회신을 받아본다고 하더라도 작정하고 숨긴 재산을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의 통장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이상한 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재판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합리적인 의심에 엉성한 대답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결론을 어차피 정해져있는데 자꾸 시간을 끄는 것이 마뜩찮은 것이다.

 

민사재판이든, 형사재판이든 변호사로서 사건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해서 사실과 법리에 관한 주장을 성실히 한 다음 받게 되는 판결은 성적표와 같은 느낌이라 원하지 않더라도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매번 평가받게 된다. 이혼소송은 열심히 싸워도 A를 받을 수 없고, 대충한다고 해도 F를 맞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게 나에겐 굉장한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한 것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늘 사건을 객관적·중립적으로 법원의 기준에서 보려고 하고, 직접 상담하고 사건을 처리하다보니 승소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수임하지 않는 편이고, 어려운 사건을 맡았을 때에도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극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사건도 많고 승소하는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변호사로서의 프라이드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변호사 2~3명이 처리할 양의 사건을 처리하다보니 미주알고주알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성향에 맞고, 나보다 이혼소송을 더 잘할 분이 있다면 그런 변호사님이 사건을 처리하는 게 의뢰인에게 도움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정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몇 건의 이혼소송을 하고 있다. 이 사건들이 끝난 후 언제 어떤 계기로 이혼소송을 다시 처리하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이혼전문 김용주변호사님과 오래오래 일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