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도 재판을 쉬는 ‘휴정기’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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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3-01-09본문
사회에서 선망받는 직업인 법조인. 법조삼륜이라고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 외부에서 볼 때 판사, 검사, 변호사는 굉장히 명예롭고 폼나 보이지만 실제 법조인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매우 지쳐있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판사는 판사대로, 검사는 검사대로, 변호사는 변호사대로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에 휴식과 휴가가 간절할 때가 다가온다. 무더운 사막에서 갈증에 시달릴 때 오아시스를 찾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법조인들의 격무를 달래줄 휴식기가 있으니 이른바 ‘휴정기’이다. 한여름, 한겨울에 재판을 열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7월말, 12월말에 2주간을 휴정기를 갖는다. 판사들은 이때를 이용하여 해외등으로 휴가를 가기도 하지만 휴정기의 절반은 밀린 사건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쓰는 시기로 삼는다.
그에 비하면 변호사들은 휴정기를 조금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휴정기라고 해도 수입이 있어야 직원급여도 주고 생활비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수임에 대한 부담감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겠지만, 2주간 재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마감압박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사무실에 출근을 하더라도 아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변호사로서 개업을 하고 3년차가 되었을 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데 소송의 승패에 대한 부담감, 사건 수임에 대한 스트레스, 낮밤, 주말을 가리지 않는 의뢰인과 의사소통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해서 아내가 건강을 걱정할 정도였다. 휴정기를 맞이하여 강원도 강릉에 있는 리조트를 잡아서 2박 3일간 여행을 갔는데, 당분간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와 무관한 공간에 왔다는 걸 몸이 느껴서인지 밤에 깊이 잠에 들어서 아침까지 푹 자는 경험을 하였다.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결국 침실에서 일어나 잠자는 걸 포기하는 모습을 계속 봐왔던 아내로선 그런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한편으론 안쓰러웠다고 한다.
새해가 되어 어느덧 개업한지 만 10년이 되는 중견변호사가 되었다. 보통 변호사로 활동을 하면서 5년까지의 경력과 경험이 나머지 변호사인생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5년간 개업변호사로서 고생도 많이 하고 헝그리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다보니 이제 웬만한 사건 처리에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저년차 변호사라면 3명이 처리해야 할 사건을 혼자 처리하면서도 의뢰인과 원만하게 의사소통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척척 내주는 정도가 되니 반쯤은 도사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휴정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애타게 기다리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휴식과 휴가는 달콤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문구는 참으로 잘 만들었다. 열심히 일해야 휴식이 달콤하고, 달콤한 휴식은 다시 한번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검은 토끼의 해라고 했던가. 거북이처럼 부지런하게 껑충껑충 뛰는 한해를 보낼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