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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옥’의 아동성추행 논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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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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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결혼지옥이라는 TV 프로그램의 방송내용과 관련하여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패널들이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패널들과 부부 갈등의 고민을 나누는 내용이다. 이날은 한 재혼부부의 사연이 소개되었는데, 이 부부는 결혼 2년차로, 아내가 전혼관계에서 낳은 7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다. 두 사람은 양육관 차이로 계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아내가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까지 한 상황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남편의 행동이었다. 남편이 의붓딸과 놀아주는 과정에서 아이를 껴안은 뒤 간지럽히고, 주사를 놓는다며 엉덩이를 쿡쿡 찌르는 등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한 것이다. 이때 아이는 하지마세요” “안 돼요” “삼촌 싫어요라면서 직접적으로 싫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옆에 있던 아내 역시 말렸지만 남편은 아이를 놔주지 않았다. 다른 장면에서도 아이는 삼촌(새아빠)은 마음에 안 들어” “괴롭히니까 (가족 그림에서) 안 그렸죠라며 새아빠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서 논란이 발생한 지점은 위와 같은 행동에 대해 패널들, 특히 전문가 패널인 오은영 박사가 아이가 그만하라고 할 때는 아무리 내가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그만해야 한다. 그게 존중이라고 조언했을 뿐, 이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아동학대로 볼 소지가 있다는 언급 등은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며, 이와 관련하여 오박사에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박사는 해당 논란 이후 해당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고, 아동학대 교육의 연장선에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 주었으나,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하여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위와 같은 입장발표가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대중들은 많은 부분이 생략된 사실관계만을 바탕으로 비판을 한 셈이다. 해당 논란을 보면서 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결과를 두고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나 검사, 판사는 모든 증거를 세세히 검토하고, 사건의 전체적인 사실관계 및 관련 정황까지 모두 인지한 상황에서 판단을 하지만 대중들은 언론에 보도된 일부 내용만을 접한 후, 그에 기반하여 태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나, 변호사들은 사석에서 답답을 토로하는 일이 많다.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시할 때 내가 인지한 사실관계가 전체가 아닌 전체의 일부분이 아닌지를 종종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