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상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주의하자’라는 말을 접했고, 개인적으로 상당히 공감이 간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기분이 나쁠 수 있고 또 때로는 그 기분을 겉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언제나 자신의 기분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좋은 기분을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누구든 주변인의 위와 같은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그런 태도를 보여 주변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있을 것이고. 나 역시 저 말을 들은 후에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혹은 지인 및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위와 같은 행동을 했던 기억이 나더라.

보통은 위와 같이 내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균형을 잡기 마련이나 갑과 을 관계가 지속되면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고, 일방적으로 받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재판을 하면서도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재판은 판사와 검사(물론 형사재판에 한해) 그리고 변호사사라는 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진행되며, 이 셋을 일컬어 법조삼륜이라 칭한다. 법조를 구성하는 세 바퀴라는 의미이며, 세발 자전거에서 바퀴를 하나라도 떼면 자전거가 굴러갈 수 없다는 비유적인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판을 진행함에 있어 판사, 검사, 변호사가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법적 장치 및 제도들이 존재한다. 물론 변호사의 경우에는 스스로의 이익이 아닌 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 실무에 임하다 보면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의 태도가 동등한 경우는 오히려 이례적이다. 먼저 변호사 혹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의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경우를 재판에서 보기란 정말 힘들다. 사건에 대한 판단을 판사가 내리는 상황에서 판사를 향해 기분을 드러내기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며, 여기까지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판에서의 검사는 변호사 혹은 피고인과 대등한 입장에서 판사의 판단을 받는 상황이므로 크게 다르지 않다.(물론 수사단계에서의 검사와 변호사 혹은 피의자의 관계는 판사와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하지만 판사의 경우에는 기분이 자칫 태도가 될 수 있으며, 이런 일은 실무에서 왕왕 발생한다. 특히 그러한 태도에 사건에 대한 예단(재판이 마무리 되기 전에 재판에서 판사가 내릴 결론을 미리 드러내는 행위)이 포함되어 있다면 재판을 받는 당사자는 자신이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다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사법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판사도 사람이므로 재판을 진행하며 검사 혹은 변호사의 재판행위 등에 기분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매우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전국의 절대 다수의 판사들은 이를 잘 지키고 있으나 소수의 판사들은 자신의 기분을 법정에서 지나치게 태도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마음의 상처 문제를 넘어 사법부의 공정성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