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페이지 정보
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12-19본문
지난주 금요일 퇴근시간 직전에 예약된 상담이 있었다. 야간상담이나 주말상담이나 여전히 상담은 즐겁고 설렌다. 사건의 수임가능성이 생긴다는 측면도 있지만,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담자의 고충을 듣고 적절한 해결책을 알려주었을 때 신뢰할만한 변호사라는 느낌을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상담이 순조롭지는 않다. 상담내용에 따라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여러 군데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변호사를 고르면서 듣고 싶은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편한 내색을 비추는 경우도 있다. 가끔 누군가 나를 도청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분들을 설득하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지만.
상담자는 가족 중에 장애인을 둔 분이셨다. 요청사항은 가족들이 지적장애인으로서 나이는 성인이긴 하지만 초등학생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적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떤 비양심적인 통신사대리점에서 장애인 가족분을 꼬드겨서 수차례나 휴대전화를 개설하도록 하고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하여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었다. 이제껏 납부한 요금들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향후 요금을 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지 등이 궁금하신 것이었다. 상대방이 계약의 정확한 법률적 의미, 경제적 부담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임을 이용한 악의적인 행태였지만 이미 성립된 계약이고, 그에 따라 단말기등을 교부받아 사용하는 이상 계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되었다.
예전에 청주시장애인복지관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때 유사한 사례에 대한 자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좀 달랐던 점은 그 사건에서는 개설된 전화기를 교부하지 않은 것이 3건이나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부하지 않은 전화기로 인하여 발생된 대금 및 요금 대해서는 사기죄로 고소가 가능하고, 발달장애인임을 알면서 대리점에서 지속적으로 단말기 변경을 요구·개설해준 점에 대해서는 허용된 범위 내에의 영업행위로 평가될 수 있지만,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대방과의 거래를 유도하는 행위’에 해당될 여지는 있다고 답변을 한 바 있다.
소송이나 고소를 통한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주무관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고,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제7조에서 ‘①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요금과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 표기하여 고지 및 청구하여야 한다. ②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용약관에 따라 서비스 약정 시 적용되는 요금할인액을 지원금으로 설명하거나 표시·광고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이동통신사업자, 대리점 또는 판매점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할부판매하는 경우 이용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부기간과 추가적으로 청구되는 비용 등에 관하여 명확하게 고지하여야 한다’ 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제7조 제1항 위반을 이유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7조 제2항, 제3항 위반을 이유로 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를 할 수 있고, 그 경우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유사한 사안이 반복되고 있으므로 제7조 제2항, 제3항을 통해 신고를 하고, 시정명령을 통해 반복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를 하게 될 경우 대리점 측에서 합의를 보려고 할 수 있는데, 그 경우 단말기 대금을 탕감받는 쪽으로 협의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자문회신을 한 바 있다.
이 사건에 있어 상담자의 가족분은 민법상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등에게 제한되는 행위능력뿐이 아니라 의사결정능력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 경우에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여 의사무능력자가 체결한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기에 계약은 무효이고, 더 이상 지급할 채무가 없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드렸다. 기 지급한 대금과 관련해서는 계약이 무효가 된 이상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발생하긴 하는데 실제로 전화기를 사용하고, 통화나 문자를 하는 등 사용한 측면이 있어서 모든 대금과 요금을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알려드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못지않게 의뢰인이 고민하시는 지점은 변호사수임료였다. 남은 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소송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시는 모양이었다. 꼭 도움을 드리고 싶은 사안이었으나 비용을 전혀 받지 않고 하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불현 듯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동기의 전화가 기억이 났다. 로스쿨에서 공익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도와주는 것이 상당한 사건에 있어 수임료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에 그런 제도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가족들과 상의를 해보겠다고 돌아가신 상담자분께서 연락을 주시길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