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변호사를 만나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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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2-12-05본문
퇴근을 앞둔 시간에 급하게 오셔서 상담을 해드렸다. 의뢰인은 50~60대의 여성분이었는데 이혼조정조서를 들고 오셨다. 3년 전에 이혼소송을 하셨다가 조정으로 마무리된 사건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조정을 되돌이킬 수 있느냐 아니면 조정에 따른 강제집행을 도와달라는 경우가 많았다. 전자로 오신 경우엔 조정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돌이킬 수가 없기에 조정이 너무 불합리하게 되었다는 의뢰인의 넋두리를 들어드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후자의 경우라면 강제집행을 통해 실제 만족을 얻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적당한 방안을 답변 드리곤 한다.
의뢰인은 조급해보였고, 지쳐보였다. 내가 어렵다는 답변을 할까봐 걱정을 하시는 눈치였다. 의뢰인을 진정시키고 말씀을 들어보니 30년간의 혼인생활 끝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혼소송을 하면서 2억원의 재산분할을 구하였는데 조정을 통해 재산분할로서 받은 금액은 고작 2천만원이었다. 30년의 혼인생활에 대한 기여로 위자료 정도 수준의 금액 밖에 인정받지 못한 것이었다. 어떠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보다 훨씬 재산이 많았던 남편은 집과 기타 재산을 거의 고스란히 보유한 상태에서 이혼을 하였다고 한다. 재산분할을 거의 포기하다 시피 하시면서 조정을 하게 된 이유는 오랜 소송으로 지친 것이 첫 번째였고, 두번째는 공무원연금의 절반을 받기로 한 조항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장 받을 돈은 크지 않지만 이혼을 하고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 죽을 때까지 나오는 연금의 절반을 받는 걸로 보상받는다고 여긴 것이다.
혼인기간이 거의 연금납입기간에 육박하였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연금분할을 받는다고 해도 그 비율에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암튼 의뢰인은 연금을 나눠받을 날만을 기다렸다. 남편이 얼마 전에 퇴직을 하여 연금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조정조서를 갖고 연금분할을 요청하러 갔다가 의뢰인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다. 의뢰인의 나이가 아직 연금수급권자의 나이(만 65세)에 도달하지 못하여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만65세가 되려면 4년 넘게 남은 상황이었던 의뢰인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조정조서를 가지고 어떻게 할 수 없는지 여러 법률사무소를 찾아가 물었지만 모두들 안된다고 하여 좌절한 상태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고 하였다.
조정조서를 살펴보니 꼭 안될 일은 아니었다. 재산분할에 있어서 매우 아쉬운 면은 있었으나, 연금과 관련해서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분할연금수급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피고(남편)으로부터 위 금액을 매달 지급받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해두어 수급권자가 되기 전에도 받을 법적인 권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확한 액수도 알 수 없었고, 밀릴 때마다 강제집행을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위 조정조서에 기초하여 연금액수를 확인할 증빙자료와 함께 지급받을 연금액의 절반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보자고 제안드렸다. 내용증명은 법적으로는 의사의 표시 외에 특별한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월급, 대여금, 보증금과 같이 상대방이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는 금원의 임의이행을 구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어차피 줘야할 돈인데 소송을 통해 주게 되면 그 소송비용까지 물수 있기 때문이다.
연락이 올 것이라고 보았던 나의 예상은 적중했고 상대방과 몇 차례 통화를 하면서 설득한 끝에 상대방은 몇 달치의 연금액 지급내역과 함께 그 절반을 의뢰인에게 지급해주었다.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사이에 해결이 된 의뢰인은 직접 인사를 하고 싶으시다며 찾아오셔서 맛있는 빵과 함께 감사인사를 전하셨다. 참으로 기쁜 순간이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던 손자병법이 떠올랐다.
변호사들은 의뢰인(환자)의 법률적인 문제(疾病)를 진단·치료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비슷하다. 그 비율이 정확하지는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의사의 80%는 보통의 질병을 치료하는 보통의사, 15%는 보통의 질병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돌팔이, 5%는 보통의사가 치료 못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명의(名醫)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도 거의 비슷하다고 본다. 증거가 있는 대여금 청구사건을 승소하지 못할 변호사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돌팔이는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현출시키지 못해 결국 의뢰인에게 피해를 준다. 비범한 능력에 특별한 노력을 더한다는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건 것은 자신감보다는 각오에 가까운 것이었다. 명의를 지향하여야 명의 근처라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