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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등산을 다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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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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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관악산 등산을 다녀왔다. 요즘은 거의 매주 등산을 하고 있는데,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인 나는 어느 산이든 꼭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관악산 정상 연주대(632m)에 오르는 등산코스는 사당역 출발, 관악산역 출발,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출발, 과천역 출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서울대에서 출발하여 사당역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내가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연주대까지 가장 빨리 올라가서 천천히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하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주대에서 사당역까지 하산하는 길에 펼쳐져 있는 서울 시내 전경은 정말 기가 막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전에는 연주대에서 컵라면을 팔았었다. 컵라면 가격이 500원 정도 하던 시절에 2,000원에 판매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긴 한데, 땀 뻘뻘 흘려가며 힘들게 정상에 오른 후 먹는 라면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2,000원은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질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의 나는 아버지와 관악산을 오를 때면 언제나 컵라면을 사달라고 졸랐었고 아버지는 그 컵라면을 미끼로 나를 관악산으로 데려가셨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는 거의 매주, 아무리 못해도 한 달에 2번 정도는 등산을 다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인왕산, 수락산, 남한산 등 서울에 있는 웬만한 산들은 모두 정상을 밟아봤고 속리산,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도 모두 한 번씩은 정상에 올랐다. 중국을 통해서 백두산 천지도 직접 눈으로 보고 왔고 예전에 금강산 관광이 열렸을 때는 금강산도 가봤으니 정말 한반도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산은 모두 가본것 같다.

 

그러나 20대가 된 이후로는 등산을 잘 다니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학생활을 하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변호사 준비를 하며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등산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것 같다. 그랬던 내가 거의 매주 산에 오르는 이유는 변호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변호사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또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그런 위치에 있다보니 단순히 일이 많아 몸이 힘든건 둘째치고 심적 부담이 정말 크다. 내가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사건에서 패소하거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진상 의뢰인을 마주하게 되면 가끔은 내가 직업을 잘못선택했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변호사 경력이 얼마되지 않았던 시절, 중요한 사건의 선고 전날 밤에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할때가 많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까지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돌파구로 생각했던 것이 바로 등산이었다. 산에 오르며 땀을 흘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정상에 올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사실 내가 걱정하고 신경썼던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몸 안의 노폐물이 배출되고 건강해지는 건 덤그래서 다시 등산을 시작했던 것인데, 이제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산에 오르고 있다. 평소에 이렇게 심신을 안정시켜 놓으면 어떤 자극이 들어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등산하는 것을 권유하는 편이다. 체력이 달리거나 몸이 좋지 않아 등산 자체가 힘든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등산의 장점, 등산의 즐거움을 잘 알지 못해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등산을 별로 경험해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걸 추천한다. 겨울이라고 못할 것도 없다. 겨울에 펼쳐지는 설경은 가을의 단풍만큼 아름답다.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일이 있을 때 꼭 한 번 산에 오르시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도 등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