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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는 정말 이혼청구를 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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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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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는 정말 이혼청구를 할 수 없나요?"

 

이혼상담을 하다보면 위와 같은 질문을 정말 많이 듣는다. 실제로 며칠 전에 자신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게 되자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 하고 싶다며 사무실에 방문하신 분이 계셨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더 이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데, 아내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지금 다른 방법이 없냐는 것이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칙적으로)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정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유책배우자가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만약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기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소송이 이와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을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다. 바람을 폈다가 걸린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한 경우, 유책배우자와의 혼인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상대방 배우자는 "저는 이혼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책배우자는 자신이 바람을 피기 전부터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이며,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상대방 배우자라는 점을 이혼소송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과장된 수사법을 사용하며 강하게 주장한다. 좀 속된 표현으로 상대방 배우자를 거의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 배우장 입장에서는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유책)배우자에 대한 믿음이나 정이 모두 사라진다. 그런 모습을 정말 많이 봐왔다. "내가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시켜서 남는 것이 뭐가 있을까.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놓아줄 때도 된 것 같다." 이런 생각에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자체에는 동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반소를 통해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청구한다.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동의한 이상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자체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물론 혼인파탄에 책임이 있으므로 위자료는 지급해야한다.

 

상담 때 의뢰인이 유책배우자인 경우,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음에도 이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위와 같은 방법을 많이 안내해드리는 편이다. 물론 소송과정에서 끝까지 상대방 배우자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경우, 이혼 청구는 기각 될 수 있음은 염두 해두셔야 한다는 말도 꼭 덧붙인다. 내 경험상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았던 경우, 10건 중에 6~7건 정도는 결국 마음을 바꿔 이혼 청구 자체는 인용되었던 것 같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겠다는 것. 그 취지 자체는 백번 공감하는 바이지만 그 실효성에는 좀 회의적이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청구한다는 것은 이미 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고 더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혼인관계가 사실상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파탄 났다면 어느 배우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유책배우자에 대한 책임은 위자료 및 재산분할 기여도에 반영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