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만능 시대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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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준 변호사 작성일23-02-20본문
검사(檢事).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 내가 사법시험 2차과목으로서 형사소송법을 공부하던 2007년도만 해도 검사는 ‘수사절차에서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며, 수사의 결과 공소제기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고, 공판절차에서는 피고인에 대립되는 당사자로서 법원에 대하여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고, 재판이 확정된 때에는 형의 집행을 지휘·감독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로부터 1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수사절차의 대변혁이 있었고, 무소불위로 불린 검찰을 개혁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아니러니하게도 지금은 검사 출신 대통령의 시대에 살고 있다.
법조계에 몸담고 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이 참 강하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랬다. 검사가 되어 거악을 처단하겠다는 사명감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검사를 좋아할까. 그 명칭도 한 몫 한다는 생각이 든다. 칼(劍)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단어와 동음이어서 지금의 법무부장관은 ‘조선제일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무협드라마에 나오는 초절정고수가 검을 휘둘러 악의 무리를 제압하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투영되는 것일까.
그렇지만 실제 검사는 영화와 드라마 속 검사들과는 매우 다르다. 검찰에 간 친한 동기, 선후배들을 보면 격무에 시달리는 ‘대기업 직장인’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독립된 관청이긴 하나, 결재를 받다보니 온전히 개인의 판단만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과거엔 ‘모든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의 계충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동일체라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있었다. 법령상 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암묵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으로서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15년간 검사를 설득하고, 검사와 싸워 본 변호인으로서, 10년 이상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변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갖는 느낌은 검사로서 연차가 오래될수록 법조인이 중요덕목인 합리성, 균형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법조인보다는 수사기관에 가까워진다. 열린 상태에서 증거를 보고 사실판단을 하기보다는 혐의점을 두고 그에 부합하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찾는 경향이 있다. 검사도 사람이기에 인지적 한계 내에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신이 사실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이 진실일 가능성에 대하여 고뇌하고 고민하는 검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는 경우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지만, 억울하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울부짖는다면 그러한 목소리를 듣고 진실일 가능성까지 확인해봐야한다. 그렇게 하라고 막강한 권한을 주었으며 불기소권한을 검사에게 준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받은 수십건의 무죄판결에 있어 담당검사는 그러한 가능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억울하면 재판가서 판사에게 얘기하란 것인가.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서초동을 가득 메우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검사출신 대통령에 검사출신이 정부요직을 차지하고 국가를 운영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검찰에 몸담았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사전문변호사로서 높은 대우를 받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역량이 충분하다면 다른 국가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을 금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표 지향적이고, 상명하복에 길들여져 있으며, 조직논리에 충실한 법기술자’가 필요해서라면 이는 문제가 있다. 역대 검찰총장 중에 ‘정치적 중립성’,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언급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가장 극단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는 곳이 검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질상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시시비비가 사법의 영역에서 가려지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말이다.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위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에 대하여 검찰은 반발하고 있지만, 이는 ‘영장실질심사제도’의 도입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재밌는 것은 내가 만난 검사들 중에 상당수는 오히려 매우 겸손하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A.I. 뺨칠 정도의 습득력을 가진 검사들이 따로 있다는 것인가. 검사 만능 시대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