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페이지 정보
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2-20본문
법률사무소에서 이혼상담을 받은 사람 중에서 실제로 (협의이혼이든 재판상이혼이든)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30%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혼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이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참다 참다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긴 고민 끝에 오시는 분들이 제일 많다. 그러나 어제 배우자와 부부싸움을 해서 욱하는 마음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만약 내가 이혼하게 되면 재산분할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아이들 친권 양육권은 가져올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한 번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본인 속마음을 이야기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으니까 그냥 하소연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진지하게 이혼을 마음먹고 오셨더라도 상담 후에 마음을 접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다. 당장 직장도 없고 돈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고, 아이가 있다고 하면 “그래도 아이를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금만 더 참아보자” 이런 마음에 이혼하겠다는 생각을 접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담을 받은 후 배우자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했는데 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이 보일 때, 그러면 마음이 돌아설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좀 놀랐던 것은 생각보다 이혼 자체를 '흠'이라고 생각하며, 이혼 후 자신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사회적 시선 때문에 이혼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혼을 했다고 하면 마냥 좋지 않게 생각하는 시선이 분명 존재했다. 그것이 일반적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참을성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니야?" 이런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고 한다면 오늘날에는 "부부 사이에 잘 안 맞는 게 있었나 보네. 그러면 이혼 해야지.",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
21년을 기준으로 19만 명이 결혼을 하고, 10만 명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가 대변하듯 우리 주변에서는 이혼 경력이 있는 분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초혼-재혼 커플도 정말 많아졌다. 예능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아도 이혼남녀를 주제로 한 컨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들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행동은 빠르게 옮기는 것이 좋다. 이혼을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혼을 조금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참고 견뎌온 세월이 너무 아쉬운 것이다.
여기서 이혼이 늦춰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녀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 내가 참고 견디는 것이 자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소한 자녀가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억지로)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오로지 자녀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자녀도 커가면서 자연스레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티를 내지 않아도 자녀들도 다 알 수 있다.
사실상 남과 다름없는 관계를 이어간다거나 매일 같이 싸움을 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계속 보여준다고 하면 과연 그것이 자녀를 위한 일일까. 설사 이혼을 했더라도 행복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한 부모 아래서 자라나는 아이가, 불화가 반복되고 어두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보다 더 바르게 잘 클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혼 이후에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오랜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삶을 얻었는데, 이혼한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후회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이혼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그때 가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한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혼을 하게 되면 정말 모든 것이 바뀐다. 때문에 이혼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과 준비 역시 꼭 필요하다.
이혼은 함부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이혼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정말 신중해야한다. 그리고 만약 이혼을 결심했다면 이혼을 굉장히 '잘'해야 한다. 이혼을 '잘 함'에 있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