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재판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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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2-15본문
코로나 사태가 2년 간 지속되면서, 예정 없이 재판이 몇 달 후로 연기되는 일은 다반사였다. "재판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요"라는 고객의 문의에 계속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어 난감해 하는 것도 나름의 스트레스였고. 제1심 법원에서 적시에 처리되지 못한 사건들의 폭증으로 인한 병목현상에, 재판이 지연된 당사자와 변호사의 불만은 늘어나고, 법원의 사건부담은 가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2021년 11월 18일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영상재판이 획기적으로 확대되었고, 각급 법원에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영상재판이 진행되었다.
영상재판의 진행절차를 살펴보자면 영상재판은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법상 영상재판 장치는 '인터넷 화상장치'와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이 있다. '화상장치'는 변호사 혹은 당사자가 구비한 노트북 혹은 개인용 pc이고. '중계시설'은 법원 등 관공서에 설치된 별도 장치다. 모든 민사재판 절차는 중rP장치와 화상장치를 통해 참여 가능하다. 민사조정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줌미팅처럼 재판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줌이 아닌 법원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원격영상재판 시스템'에 접속해야 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공판기일은 기본적으로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으니(형사소송법 제276조), 공판기일에서는 영상재판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피고인 출석이 필요 없는 공판준비기일은 민사재판처럼 중개장치와 화상장치를 통해 참여 가능하고, 증인신문, 구속 이유 고지는 중계시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언제 영상재판이 가능한 것일까. 민사 변론기일은 교통의 불편 또는 그 밖의 사정으로 당사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에 영상재판을 열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87조의2 제2항).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원고 또는 피고(소송대리인 포함)가 부산, 제주도 법원에 출석해야 할 경우에는 '교통의 불편'에 해당할 것이고,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폐쇄, 격리 등의 긴급상황은 '그 밖에 사정'에 해당할 것이다. 법상 '교통의 불편'의 사유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실무에서는 실제로 교통의 불편이 있는지에 대해 엄격히 입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변론준비기일이나 심문기일에서의 영상재판은 재판장 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허용되므로(민소법 제287조의2 제2항), 민사재판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지 여부는 재판부 및 당사자의 참여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더 많은 듯 하다. 그리고 가사소송이나 행정소송 절차의 경우에도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 같은 기준으로 영상재판이 가능하다.
영상재판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좀 엇갈리는 편이다. 거리나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출석을 하지 못하고 변호사를 통해서 결과를 듣던 의뢰인들은 영상재판으로 함께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이를 반기는 반면, 우리 측의 절박한 주장이 영상이라는 한계 때문에 판사에게 확실히 주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의뢰인분들도 계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상재판의 도입이 재판 관계자 모두의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런 면에서 많은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