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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형선고와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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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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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재판의 결과는 크게 무죄, 벌금형, 징역형의 집행유예, 집행유예가 없는 징역형 등으로 구분되며, 실무에서는 특히 집행유예가 없는 징역형에 대해서는 실형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 2, 3(항소심, 상고심)이 남아 있어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당연히 복역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 판결을 선고한 판사의 재량으로 법정구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법정구속이 되어 왔다.

 

이와 같은 관행은 매우 오랜기간 유지되어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관행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겨,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확정시점까지는 별도의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2021년 대법원 예규인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의 개정으로 인한 것인데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기존 예규 조항이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조항으로 개정되었다. , 예규의 방향성이 원칙적 구속에서 예외적 구속으로 변경된 것이다.

 

내가 최근 진행했던 사건에서도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법정구속이 되지 않은 채로 현재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고, 주변에서도 법정구속이 되지 않고 진행되는 사건들이 크게 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일단 재판을 받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결과일 것이나, 반대로 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에게 실형이 내려졌음에도 구속이 되지 않은 채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 형사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죄를 다투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에서는 피해회복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사례들이 많기 때문에 법정구속이 무조건 피해자를 위한 길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실형을 선고한 후 다음 심급까지 피해자와 합의를 보지 못하면 영락없이 구속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재판부의 태도에 위기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이는 피해자에 대한 빠른 피해회복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말이다.

 

수사단계에서 덮어놓고 피고인을 구속한 채로 수사하는 부적절한 관행은 현재 많이 사라진 상태인데, 이에 발맞추어 판결의 선고만으로 피고인을 구속하는 관행 역시 적절히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