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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부터 술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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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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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부터 술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술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축제가 있던 날 나는 친구들을 따라 (신분증 검사를 잘 하지 않았던) 학교 근처 술집에 가게 되었고 그 날 처음으로 소주를 경험했다. 무색무취.. 그냥 알콜을 마신다는 느낌? 그때는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학생 때는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술을 배웠다. 내가 속한 사진동아리는 활동량이 많기로 유명했지만 남들에게는 "사실 저희는 술 동아리고, 가끔씩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어요."라고 소개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 혼자 보다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억지로 버텨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것 같다. 여전히 술 맛은 고약했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 자리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시험 합격을 위해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했던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실 일이 별로 없었다. 돌이켜 보면 다들 술이 고팠지만 눈치가 보여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술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와 함께 했다. 당시에는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술을 마셨다. 시험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술을 찾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술이 맛있어서 마신 건 아니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일을 시작하면 더 이상 술로 스트레스를 풀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나의 예상과는 180도 달랐다. 업무량에 대한 부담감. 결과에 대한 압박. 사람 대하는 것의 어려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라지만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지방에서 일을 시작한 나는 외로움까지 견뎌내야 했다. 나는 옆에 누가 있든 없든, 어떤 음식을 먹든 매일 같이 술을 마셨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술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였을까. 정이 들었는지 이제는 술의 ''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술자리가 좋아서, 혹은 무언가를 잊고 싶어서 술을 마셨다고 하면 지금은 술 자체를 좋아해서 술을 마신다. 술을 즐긴다는 표현이 딱 맞겠다. 개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술자리가 많아진 지금, 내가 술을 좋아하게 된 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은 (예비)고객 확보를 위해 모임에 나가는 일이 많아졌는데, 기회가 되면 와인이나 위스키 동호회에 가입하려고 한다. 영업의 일환인지 취미생활인지 불분명하지만 그 목적이 뭐든 상관없다. 아무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