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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과 상대방의 소송지연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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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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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하는 부동산명도소송이 있는데, 의뢰인은 최대한 빨리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 이를 활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상대방은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고 상황 상 우리 측의 승소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판을 통해 정리되어야 할 쟁점들이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우리 의뢰인은 마음이 급해서 어떻게든 빨리 소송이 진행되어 판결을 받고자 하는 입장임에 반해, 상대방은 소송을 지연시켜 최대한 판결을 늦게 받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장을 송달 받은 이후 3달이 지나도록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우리 측에서 무변론판결을 선고해 달라는 요청을 하여 무변론판결선고기일이 지정되자, 그제서야 형식적인 답변서를 제출하며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시작된 재판과정에서도 기일에 임박해 서면을 제출하거나 기일을 연기하는 등의 행위가 수 차례 반복되었고, 의뢰인은 분통을 터뜨리며 재판부에 빠른 진행을 요청하였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상대방에 대한 큰 불만은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의 소송지연행위를 방치하는 재판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고, 나아가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법률분쟁을 빨리 종식시키고자 하는 의뢰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실무에서 이러한 소송지연행위에 대해 강력한 대처가 가능한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실무에서 이와 같은 소송지연행위는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데 사실상 이를 제제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물론 연이은 불출석이나 서면 미제출은 당연히 제제를 받게 되지만 이를 피해 눈치를 보아가며 이루어지는 소송지연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딱 부러지는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흔히 민사소송은 1~2년이 걸린다 라고 말을 하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다. 상대방 역시 소송을 빨리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3~4개월 만에도 종료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예외적이고, 피고 측에서 서면을 제출하라고 할 때 내지 않고, 출석을 통보받은 날 나오지 않는 등의 일이 1~2차례만 반복되더라도 소송이 길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수사기관의 소환절차에 응하지 않는다면 체포나 구속이 가능한 형사절차와는 구분되는 점인데, 실무에서는 형사절차 역시 수사기관이 사건을 검토하고 피의자의 소명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등으로 한 없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며, 빨리 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또 한번 마음을 다치게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