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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명절 직후에 이혼 건수가 증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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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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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명절 직후에 이혼 건수가 증가하나요?"

 

지인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다. 명절 때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에 비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장인어른, 장모님, 시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차례 음식을 만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댁에 먼저 갈지, 처가에 먼저 갈지를 가지고 다투는 부부들도 많이 보았다.

 

명절 이후에 이혼율이 증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명절 이후에 이혼 상담 건수는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체감 상 평소의 1.5~2배 정도 상담이 더 많이 잡혔던 것 같다. 이혼 상담을 하더라도 실제로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에게 이혼 상담을 받았다면 진지하게 이혼을 고민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담했던 의뢰인들의 경우, 평소 배우자와 별 다른 문제없이 잘 지내오다가 명절에서 있었던 일들 때문에 갑자기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보다는 그동안 쌓여왔던 불화와 갈등이 명절을 기점으로 폭발하는, 명절이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절이면 집안 어르신들은 친척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너무 뚱뚱하다. 관리 좀 해라.", "남자가 왜 이렇게 돈을 못 벌어오냐."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1년에 2번 모이는 자리이지만 위와 같은 상황은 결혼생활과 이혼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물론 위와 같은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예전에 이런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시댁에 절대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를 이유로 이혼을 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시댁에 가게 되면 혼자 전을 부쳐야 하고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데, 그런 상황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는 아내의 입장을 의뢰인은 잘 이해할 수 없었나보다. 나는 단순히 시댁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명절에는 배우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남편이 처갓집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듣거나 아내가 시댁에서 음식 준비로 힘들어할 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네가 속상했을 수 있었겠다." 이런 공감의 말 한마디면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네가 참아라.", "1년에 2번뿐인 일이다." 이런 대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비록, 이혼 사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이지만 올해에는 명절과 관련된 문제로 이혼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