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일기
DAIRY
고객후기

소송일기

과거 수행했던 사건의 상대방이 찾아온 이유

페이지 정보

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1-18

본문

변호사법에는 ‘수임제한’이라는 제목의 규정이 존재하며, 특정한 경우에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변호사를 믿고 사건을 위임한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해당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규정인데,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①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 상대방을 대리하고 있는 경우 그 사건(즉, 한 사건의 원고를 대리하는 상태에서 같은 사건의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지 못함), ②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한 사건의 원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상태에서 피고와 상담을 하고 피고와 제3자가 벌이는 소송에 참여하는 일), ③ 현재 수임하고 있는 사건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건


이는 굳이 법률규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상식 선에서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가령 예를 들어 동업자와의 분쟁이 생겨 변호사를 찾아가 사건을 위임하고 동업자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그 동업자가 내가 선임한 변호사를 찾아와 다른 사건의 진행을 위임한 경우라면, 나도 내 변호사의 의뢰인이지만 나와 싸우고 있는 동업자 역시 내 변호사의 의뢰인이 되는 것이므로 도저히 해당 변호사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위와 같이 명백한 이익충돌 사안 외에도 애매한 경우들이 발생한다. 최근 나 역시 애매한 이익충돌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3년 전 사건을 수임하여 민사소송을 진행했었고,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전부승소하여 상당한 액수의 손해배상금을 받아 온 적이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나의 의뢰인과 그 상대방의 인간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그 상대방이 나를 찾아와 상담을 진행하고 자신의 다른 사건(3년 전 의뢰인과의 분쟁이 아닌 전혀 다른 제3자와의 분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물론 과거 내 의뢰인과 진행했던 사건은 완전히 종결이 되었고, 해당 의뢰인과 현재 나 사이에는 진행되고 있는 어떠한 사건 혹은 자문관계도 없기 때문에 법률상 수임이 제한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전 의뢰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고, 결국 3년 만에 의뢰인분께 연락을 드려 이런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부를 상의드렸다. 해당 의뢰인분은 흔쾌히 상황을 이해해주시며, 선임을 해도 좋다는 의사를 표시해 주셨고, 추가적으로 ‘과거 변호사님이 사건을 훌륭하게 진행해 주셔서 생긴 일이고, 과거 변호사님께 사건을 맡겼던 내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아 자신도 기쁘다’며 농담처럼 덕담을 나누었다.  

나 역시 내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이 기분이 좋았고, 더욱이 3년 전 의뢰인분과의 신뢰 및 관계도 더욱 돈독해 진 것 같아 매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한건 한건 수임하며 승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호한 이익충돌 상황에서 기존 의뢰인들에 대한 신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