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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수사와 불친절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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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영 변호사 작성일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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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을 맡게 되는 경우 재판 뿐 아니라 수사단계에서부터 피의자를 변호하는 일이 생기는데, 의뢰인들로서는 수사기관인 경찰이나 검찰이 의뢰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의뢰인은 당연히 변호를 맡은 변호사에게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묻게 되고, 변호사의 입장에서 그 시점까지 현출된 증거와 조사결과 등을 종합하여 예측을 한다.

 

변호사가 아닌 당사자들이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고려하는 요소는 객관적인 증거나 법리보다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관이 당사자들에게 보여준 태도이다.

 

, 증거나 법리적으로 우리가 유리하다 하더라도 수사관이 공격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여러 가지 사실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매우 불안해 하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증거 측면이나 법리적으로는 매우 불리한 상황임에도 수사관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수사관의 피의자에 대한 태도로 결과를 예측한다면 그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내 경험을 이야기 하자면 양자 사이에는 거의 인과관계가 없다.

 

친절한 수사관이 혐의를 매우 확신하고 강도 높게 책임을 묻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매우 큰 의혹을 가지고 강력히 추궁하던 수사관이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사절차가 기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인 것은 맞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일방적으로 믿을 수는 없으며, 피의자의 진술 역시 무조건 배척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든 피의자든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궁을 하게 되는 것이며,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면 이를 쉽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사건에 따라 피해자를 변호하는 경우도 있고, 피의자를 변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피해자든 피의자든 수사관의 조사에 만족하고 내 맘에 쏙 든다고 표현하는 일은 드물다. 반대로 나는 피해자인데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피해자도 많고, 피의자라고 나를 벌써 범죄자 취급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피의자도 부지기수이다.

 

수사관의 표면적인 태도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핵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