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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는 양육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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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변호사 작성일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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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배우 조승우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 신성한, 이혼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극 중 조승우씨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등장하는데, 같은 이혼 전문 (남자)변호사로서 감정이입이 굉장히 잘 되더라.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보통 여자 변호사를 많이 떠올리는데, 이혼 전문 남자 변호사라가 주인공이라는 컨셉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면 남자 변호사는 훤칠하고 말끔한 느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극 중 조승우씨는 친숙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표현이 되었던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아마 이혼 전문이라서 그런 컨셉으로 갔던 것 같은데, 그런데 또 변호사로서의 연륜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여유가 있어 보였다. 멋있었다. 나중에 40대가 되면 조성우씨처럼 머리도 좀 기르고 펌도 해볼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봤던 신성한, 이혼 1, 2화에서는 양육권이 주로 다루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배우 한혜진씨가 다른 이성과 부정행위를 저질렀는데, 그 상간남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유포되어 남편에게 알려졌고, 결국 한혜진씨는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혜진씨는 남편의 집착과 신체적 · 정신적 학대를 받고 있었고 당연히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해당 이혼소송에서 남편 측(의 대리인)은 아이의 양육자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 이유로 한혜진씨가 외도를 저질렀고 그 동영상이 유포되어 아이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양육자로 지정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실제 소송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남편 측 변호사와 같이 주장 했을까?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라고 해서 자녀의 양육자로 부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유책행위의 내용이 미성년 자녀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그 점이 당연히 반영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혼을 하게 된 원인이 알콜 중독, 마약 중독, 폭력성 이런 것들이라면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양육자 지정에 그러한 점들이 반영되겠지만 단순히, 부정행위를 저지른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 안 된다? 이렇게 연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양육권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부모 중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일지 고민한다.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1. 소득수준, 2. 미성년 자녀와의 유대, 친밀도, 3. 양육의지, 4. 보조양육자의 존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만약 미성년 자녀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자녀에게 직접 누구와 함께 살고 싶은지 물어보기도 한다.

 

내가 만약 극 중 남편의 대리인이었다면 양육자 지정에 관한 주장을 할 때는 한혜진씨의 유책성에 대한 언급은 최소한으로 하고 내가 왜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이 되어야 하는지, 자신이 자녀에게 어떠한 양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구체적으로 주장을 했을 것이다.

 

남편에게는 나쁜 아내이지만 아이에게는 좋은 엄마일 수 있다. 게다가 극 중에서처럼 남편의 아내에 대한 집착이나 폭력성이 소송에서 드러났다고 하면 법원에서는 자녀의 최소한 양육자 지정 관련해서는 엄마의 외도보다는 아빠의 폭력성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극 중에서도 한혜진이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드라마 신성한, 이혼의 스토리가 참 탄탄하고 고증이 잘 되어있다고 느꼈다.